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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블로그를 만든 이유입니다

사건정리 2016. 9. 6. 08:52


이 블로그를 만든 이유입니다


지난 2015년 6월 19일 저와 과거 연애관계에 있던 한 사람이 사귀는 도중(사귄 기간은 2008년 가을에서 2012년 봄) 상습적인 구타를 당했다고 폭로(대략 2009년에서 2011년까지 당했다고 주장)한 것을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 저는 이에 대해 두 번에 걸친 사과문 및 입장서를 발표하여 저의 일부 잘못을 인정하고 기타 부분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해명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사실관계와 거리가 멀고 지나치게 선정적인 폭로자의 주장이 언론과 대중에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폭로자에 대한 고소고발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입장서를 남겼습니다(링크).


상습구타가 거짓임을 알리기 위해 형사소송을 했습니다

제가 이 사건을 흔히 언론과 대중이 그렇게 다뤘듯 ‘데이트폭력 폭로’가 아니라 ‘상습구타 폭로’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건을 전자로 호명하면 저는 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건을 후자로 호명하면 저는 거짓폭로에 사회적으로 매장된 억울한 피해자가 됩니다.

폭로자의 글을 보면 분명하게 제가 자신을 상습구타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첫 번째 폭로문의 첫 문장이 “저는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한윤형과 연애를 하였고, 그 동안 여러 차례 구타당한 사람입니다”입니다. 두 번째 폭로문에는 “한윤형씨는 거의 매일 야구 경기를 시청했고, 거의 매일 술을 마셨고, 거의 매일 저를 때렸습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데이트폭력’이란 말에는 구타 뿐 아니라 폭언이나 기물파손, 자해행위 등이 폭넓게 포함됩니다. 그래서 그 말의 의미를 잘 안다면 “데이트폭력의 가해자였냐”라는 말에 “그럴 리 없다”고 답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과거 입장서에서 밝힌 바 폭로자와 상호간에 신체적 문제를 발생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고소고발에 들어가는 입장서에선 저의 행동이 상대방의 기물을 동반한 폭행, 스토킹 및 주거침입, 기물파손과 자해협박, 선제폭행 등의 납득할 수 없는 행위 뒤에 발생한 것이란 걸 밝혔습니다. 그러나 최초의 사과 및 해명서에선 ‘2차가해’란 비난을 받을 것을 우려하여 상대방의 행위는 적지도 못하고 제가 범한 잘못들만 나열했습니다. 어쩌면 다른 영역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주변 지인들이 ‘내가 그 커플을 오랫동안 봤는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류의 말이 나왔을 법한 상황이었습니다만, 운동사회에서 수용한 ‘2차가해’ 담론은 그러한 발화를 막았습니다. 주변 지인 중 일부는 ‘그 커플을 그렇게 자주 봤음에도 그런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해 부끄럽다’는 식으로 적었습니다.

그랬더니 언론과 대중은 모두 폭로자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데이트폭력’에 관한 기사에선 제 이름이 헤어진 여성에 대한 염산테러 등 가장 극단적인 사례들과 함께 언급됐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대방의 처벌을 바라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지요. 처벌수위가 클 거라 생각하지 않았고, 민사소송으로 받아낼 금액도 크지 않으며, 그조차 상대가 낼 여력이 없을 거란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상습구타’란 상대방의 주장과 제가 인정한 사실 사이의 그 엄청난 간극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데이트폭력의 차원에서도 저는 일방적인 가해자가 아닙니다

또한 ‘데이트폭력’의 측면에서만 봐도 저와 그 사람의 연애에서 제가 일방적인 가해자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간 관찰한 바, 여러 데이트폭력 사례들이나 심리학적 가설에서 남자는 여자가 자신에게서 떠나는 걸 막기 위해 각종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상습구타는 물론 사소한 물리적 위협, 출입통제, 스토킹, 자존감을 낮추게 하는 폭언 등이 폭넓게 포함됩니다. 폭로자는 자신의 글에서 제가 상습구타, 물리적 위협, 폭언 등을 했다고 고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제가 폭로자에게 일상적으로 맞았으며, 출입통제나 스토킹은 (본인은 행한 적이 전혀 없고) 상대방으로부터 당했다는 사실을 이미 입장서에서 밝혔습니다. 또한 우리의 관계에선 언제나 제가 헤어지자고 하면 그쪽에서 매달렸고 스토킹 및 주거침입 역시 그런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첫 번째 사과문에서 “안전이별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건조하게 적었는데, 대중은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일반적인 폭력상황만을 생각했기에 이 말의 함의를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적용하여 폭로자를 벌금 100만원으로 구약식기소하였습니다. 그리고 폭로자는 그마저도 회피하기 위해 공익적인 행위였단 주장의 무죄 취지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그리하여 사건 발생 후 14개월이나 지난 2016년 8월 12일 법원은 폭로자에게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 판결을 내리며 형사소송은 종료되었습니다.


사법기관의 조사는 매우 미약했습니다

선고유예는 무죄가 아니라 유죄입니다. 판결문에는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고인이 적시한 내용은 데이트 폭력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이 사건 범행은 무죄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를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과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라고 분명하게 적혀 있습니다(이 부분에 대해서도 폭로자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판결문의 서술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링크). 하지만 이 판결은 제 명예를 지키는 일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공권력의 힘을 빌려서라도 진실을 추적해보려던 저의 노력에 사법기관은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경찰에서 두 번 조사를 받았고, 검찰에선 저를 소환하지 않았습니다. 쌍방의 증언 외에 증거가 없는 몇 년 전의 사건이었는지라 저는 고소장에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응할 뜻을 밝혔지만, 거짓말탐지기는커녕 대질심문조차 없었습니다. 경찰은 저에게 “대질심문을 해봤자 서로 말이 다르면 그냥 그 다른 말을 타이핑하고 끝날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경찰이 이 사건을 성범죄 사건이나 뇌물 사건처럼 수사하기를 바랐습니다. 서로의 말 밖에 없는 사건에 대해 주변 인물들을 소환하고 증언을 청취하면서 진술의 개연성과 타당성을 따져보기를 바랐습니다. 폭로자와 사귀는 동안 둘이서 외딴 곳에 떨어져서 산 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교류했던 만큼 그들 중 상당수를 소환해서 증언을 청취한다면 그들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와 상관없이 진실의 개략이 드러날 거라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주변 사람은커녕 폭로자와의 연애기간 중 상당 기간을 저와 함께 거주한 여동생조차도 소환하지 않았습니다. 가족의 증언을 어떻게 믿느냐는 이유로요. 물론 가족의 증언을 곧이 곧대로 믿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증언들을 수집하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사법기관의 조사가 폭로자의 말이 진실임을 확정한 게 아닙니다

제 사건은 공권력에겐 성범죄 사건이나 뇌물 사건처럼 사회적으로 반드시 진실을 밝혀낼 필요가 없는 사건이었고, 저 역시 사회적으로 그다지 중요한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경찰이 ‘이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는 가릴 수 없지만 분명히 커다란 피해가 발생했으므로 처벌가능성이 분명한 법리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취한 것도 이해를 합니다. 폭로행위를 부정할 수 없었고 제 삶에 대한 피해사실이 엄청났기 때문에 경찰은 “이 정도면 우리가 처벌의지가 있는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경찰의 태도는 제 삶을 지키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폭로자의 지인들은 검찰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기소했다는 이유로 폭로자의 주장이 사법기관에서 사실임을 인정받았다고 트위터에서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트위터 사람들은 그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검경으로부터 자신의 진술이 사실임을 입증받았다는 폭로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자기 말이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 제 글을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걸면 되는 일입니다. 저는 지금까지도 폭로자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글을 써왔고, 이제 이 블로그에 그것들을 수정해서 모아둘 생각이니까요. 소송 상황에서 상대방 주장이 ‘허위사실’임을 입증할 방도가 없는 건 쌍방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건은 7년 전에서 5년 전의 시기에 있었던 일을 다투고 있고, 상습구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여부를 증거로 검증하기란 어렵습니다. 폭로자는 제가 자신을 폭행했다는 어떠한 물적 근거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진실 여부를 가늠하려면 진술의 개연성 여부를 폭넓게 따져봐야 했습니다. 아무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당사자인 제가 미약한 수준으로라도 해보려는 게 이 블로그의 존재이유입니다.


일방의 주장을 진실로 수용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고소고발에 들어가기 전, 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폭로 당시 저와 폭로자가 함께 속해 있었던 노동당에 스스로를 제소하거나 여성단체를 찾아가서 가해자 상담을 받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했습니다. 그리고 그러지 못한 이유는 그러한 운동단체를 통한 해결을 시도했을 때 폭로자가 (피해자의 고통이 엄중하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하는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폭로자를 책임있는 말을 해야 할 영역으로 끌어내려면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보았습니다.


사법기관이 진실규명의 문제에 대해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좀 더 상세한 내용과 소회는 다른 글들에서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사건 직후엔 ‘2차가해’를 우려해서, 고소 이후엔 수사와 재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서 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당연히 제 주장만으로 진실규명이 이루어질 수는 없겠습니다만, 폭로자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는 심증을 지녔던 분들에게 다른 참조점이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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