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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 대한 주장 아닌, 그저 타인에게 드러난 사실들


(이 글에서는 제 주장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타인에게 드러난 사실들만 요약정리하면서 이 사건이 얼마나 황당한지를 재구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A란 여성이 B라는 남성 글쟁이에게 연애시절 ‘상습구타’를 당했다는 주장을 ‘데이트폭력’이란 단어에 담아 웹상에 폭로한다.


2. 남성 B는 여성 A의 ‘선제폭행’, ‘가택침입’, ‘스토킹’ 상황에서 맞받아 친 사실이 있다는 이유로 본인을 ‘데이트폭력의 가해자’라고 공개사과한다. 그러나 폭로자가 주장한 '상습구타'는 허위사실이라며 부인하고. 다른 종류의 맥락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이런 여러 맥락들에 대해 ‘2차가해’를 우려해 정확하게 쓰지는 않는다. 이렇게 행동한 까닭은 남성 B가 페미니즘 운동의 규준을 대폭 수용한 진보정당 운동의 영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3. 대중, 언론, 두 사람이 당원으로 소속된 정당은 이 부분적 사실에 대한 도의적 사과문을 여성 A의 진술이 거의 대부분 사실이라는 증거로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사과문을 잘못 썼다며 ‘피해자 여성’의 진술을 전적으로 인정하라고 남성 B를 윽박지른다.


4. 남성 B는 언론보도가 폭증하고 대중의 격렬한 비난이 진행되는 가운데 재차 사과하고 참여하는 매체와 단행본 기획에 폐를 끼칠까 우려하여 스스로 모든 일을 다 끊고 지면하차를 선언한다.


5. 여성 A는 두 사람이 속한 정당에서 진상조사를 벌이는 것을 거부한다. 거부이유로는 ([속기록] 당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긴급 당원간담회, 2015.06.25. 노동당 서울시당 링크 에 따르면) “피해자 편만 당이 들어버리는 게” 싫고 “지나치게 사생활에 대한 개입이 아닌가” 싶어서란 횡설수설의 궤변이 제시된다(이게 궤변인 이유는, 당기위 조사가 그렇게 피해자에게 유리하다면 폭로는 필요가 없었을 것이며 당기위 조사만으로 충분히 자신의 피해를 보전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폭로를 하면 대중이 사생활에 대해 알게 될 확률이 높은데, 당기위보다 대중에게 사생활을 공개하는게 더 편하다는 논리는 엽기적이다. 이 말은 앞뒤가 안 맞으니, 그는 그저 조사를 받기 싫었던 것이라고 봐야 한다).


6. 몇 개월 후 남성 B는 조사가 진행되지 않는 정당을 탈당한 후 자신의 ‘폭행’이 상대방의 ‘선제폭행’, ‘가택침입’, ‘스토킹’ 상황에서 발생한 일임을 예전보다 소상히 설명하는 입장서를 밝힌다. 그러면서 사실관계를 소명하기 위한 형사소송에 들어갔음을 알린다. 대중은 남성 B의 주장에 대해선 검증하지 않고 ‘변명’으로 치부한다. 여성 A의 말은 조사없이 신뢰받고, 남성 B의 말은 조사없이 부정된다. 남성 B는 소송으로 여성 A의 입을 막으려는 사람으로 치부된다. 일방적 주장을 수용한 150여건의 기사와 수 천건의 게시물을 방관하던 이들이 이제와 불공정을 논한다.


7. 여성 A는 상습구타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남성 B는 그 말이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만일 여성 A가 소송을 제기했다면 자기 주장이 사실임을 스스로 근거를 들어 입증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 A는 몇 년이 지난 시점에서 딱히 증거랄 게 없다는 사실을 폭로문과 노동당 간담회 등에서 스스로 밝힌 바 있다(여성 A가 경찰조사에서 내세운 유일한 증인은 황당하게도 여성 A와 남성 B의 연애가 끝난 이후 여성 A와 알게 된, 남성 B의 이후 연애상대 중 하나인 여성 C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일이기 때문에 남성 B 역시 ‘상습구타’가 허위임을 증거로 입증할 근거가 없다. 결국 남성 B가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경찰이 다루는 건 ‘그 폭로가 범죄냐 아니냐’이지 폭로의 진실여부는 아니다.


8. 그래서 경찰은 남성 B가 일부 폭행 사실을 이미 인정하였으며, ‘상습구타’가 허위임을 입증할 방법은 없다고 판단,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송치한다. 그런데도 여성 A의 지인들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사건이 넘어갔다는 이유로 자신의 주장이 사법기관에서 사실임을 인정받았다고 트위터에서 주장한다. 트위터 사람들은 그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검경으로부터 자신의 진술이 사실임을 입증받았다는 여성 A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자신이 자기 주장을 부인한 남성 B의 글을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걸면 되는 일이다. 소송거는 쪽에서 상대방 주장이 ‘허위사실’을 입증할 방도가 없는 건 쌍방 마찬가지다.


9. 검찰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벌금 100만원 구약식기소 처분을 내린다. 여성 A는 정식재판을 청구한다. 폭로에 공익성이 있었기 때문에 무죄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판사는 공판에서 “서로가 주장하는 사실관계가 많이 다르다”며 난색을 표한다. 공익성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여성 A가 다른 범죄경력이 없는 점과 기타 사정이 감안되어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 판결이 선고된다.


10. 여성 A는 이에 대해 사법기관이 자신의 폭로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했을 뿐더러, 판사는 폭로의 공익성을 일부 인정했다는 글을 SNS에 올린다. 남성 B는 며칠 후 판결문을 떼와서 여성 A의 주장이 착오 혹은 거짓말임을 밝힌다. 여성 A는 판결문을 부정하고 ‘수기’를 근거로 자신의 말이 옳다고 우긴다. 확인해본 결과 해당 재판의 ‘속기’는 이미 폐기됐고, 누구도 청구한 일이 없다. 여성 A는 자신이 판결과 판결문에 대해 변호사 검토를 받았다며 여전히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말한다. 


11.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사건의 진실을 명백히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은 아는 것이 별로 없는데도. 이런 상황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그에 입각한 비난도 진행 중이다. 나는 더 이상 내 말을 믿어달라고 청원하지 않는다. 다만 공정한 대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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