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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사건에 대해 여러 글을 써왔고, 세밀한 글은 아직 완성되지 않고 이 블로그에서 방치되어 있습니다. 젠더관련 논쟁이나 데이트폭력 사건 보도만 봐도 다시 고통스러운게 제 현실이고, 잊고 살 때 그나마 편하다 보니 글의 진도가 잘 나가지 않습니다.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폭행한 적이 없다고, 맞은 적이 더 많고 그러면서 반격도 안한 게 대부분이었다고, 폭로자의 스토킹과 기물파손 상황에서 행사한 물리력조차 저쪽에선 폭행으로 몰았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납득하지 않았습니다.  

 

그와 별개로, 당신 글이 너무 길다.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짧게 보여줄 수 있는 이해하기 쉬운 글이 필요하다 류의 조언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묻고자 합니다. 폭로자는 저에게 상습구타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적어도 연애의 한 시기엔 매일같이 맞았다고 했습니다. 매일 야구 보고, 매일 술 마시고, 매일 때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증거도 증인도 없습니다.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보통 부모님세대에게서 듣는 가정폭력범 중에서도 말도 안 되게 심한 경우입니다. 그리고 제가 직간접적으로 겪은 바로는 이 정도보다 훨씬 낮은 수위의 가정폭력이 이루어져도 보통은 증인과 증거가 남습니다.

 

가정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분들, 그들을 상담해본 분들, 모든 여성단체 상근자와 자원봉사자들에게 묻겠습니다.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방에 CCTV라도 하지 않은 이상, 어차피 제가 '상대방을 안 때렸다는 명확한 물증'을 대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정황을 폭넓게 봐야 합니다. 아래 설명 하나하나가 반증 근거는 안 되겠지만, 이 모든 것을 엮어서 판단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상습구타는 특별한 사건입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없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해 주시길 바랍니다. 

 

첫째, 그럴 만한 공간이 없습니다. 둘만 같이 산 시기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여동생과 같이 산 기기가 있고 둘이 산 시기가 있습니다. 그 사람은 제가 연애 기간 거의 내내 상습구타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폭로문엔 여동생도 등장합니다. 오빠가 여성을 상습구타하는 남성이라면 그걸 여동생이 용인할까요? 억지로 이해해서 여동생과 같이 산 시기엔 산발적이었다가 둘이 같이 산 시기엔 상습구타를 했다고 쳐봅시다.

 

둘째, 의료기록이 전무합니다.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진료기록이나 약국기록이 없습니다.

 

몇 년에 걸쳐 상습구타 당했다는데 의료기록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럼 병원도 약국도 가지 않았다는 겁니까? 저는 당시 약속이 많은 사람이었고 학교도 다녔습니다. 낮에도 집을 자주 비웠습니다. 감시도 없습니다. 그냥 나가면 됩니다. 그런데 왜 안 갔다는 겁니까? 


폭로자는 상습구타를 주변 지인에게 고발했고, 그때마다 헤어지란 증언을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인지가 있는 지인이라도 그런 말을 들으면 증거를 남기기 위해 진단서라도 떼어두라고 할 겁니다. 하지만 본인이 쓰는 소설에 그런 지인은 등장시킬 수 없었죠. 떼어둔 진단서가 하나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사귈 당시 주변에 맞았단 얘기를 했단 말도 거짓말이라고 봅니다.

 

설령 주변 지인이 다 바보였다 하더라도 약국은 가야 합니다. 꿀밤 먹이기가 아니라 몸 어디에 상처를 입을 정도로 맞았다면 약국가서 약 사온 기록은 있어야 합니다. 무슨 약 샀는지까지 확인가능하지 않나요?

 

그 시기의 의료기록에서 다른 시기보다 외상치료에 관련한 기록이 많다면, 당연히 원인은 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상습구타 당했다면서 전혀 제시하지 않습니다. 제가 형사소송까지 제기했는데 제출한 게 없으면 없는 겁니다. 이럴 수가 있습니까?

 

셋째, 저는 그 여성을 감금하지 않았습니다. 둘만 살았을 때에도 여성 포함한 지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었습니다.

 

백번 양보해 의료기록이 없는 상황을 굳이 유추해본다면, 감금당했을 경우일 겁니다. 제가 의료기록이 상습구타의 증거로 남는 것이 두려워 감금했다면 말이 될 겁니다.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제가 그 사람에게 경제활동을 적극 권유하지 않은 게 아쉽지만, 그래도 폭넓은 증거가 있습니다. 둘만 살던 방에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고, 그중에선 제 친구가 아니라 폭로자의 친구였던 여성들도 있습니다. 습구타의 증거가 남는 것이 두려워 감금 중이라면 그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습니까?

 

저한테 얹혀살면서 생계활동 거의 안 하다시피 했지만 2010년 지방선거 국면에선 진보신당 내 두 개의 선본에서 3~4개월 동안 일을 했습니다. 언젠가는 무슨 성폭력사건 피해자 대리인도 하고, 진보신당 대의원도 했습니다. 생계활동을 안했을 뿐 자유롭게 돌아다녔습니다. 진보신당은 당기위가 있고,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면 굉장히 엄중하게 다뤘을 것입니다. 본인이 맡았던 성폭력사건 피해자 대리인 건 역시 당기위 사건이었습니다. 체제를 잘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리 따져봐도 이런데도 이 정도로 아무런 증거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넷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인이 전무합니다.

 

다 그렇다 칩시다. 여동생과 같이 살 땐 산발적으로 때렸고, 둘이 같이 산 시기엔 집중구타했지만, 웬일인지 병원도 약국도 안 갔고, 제가 말도 안 될 정도로 무신경해서 출입도 자유롭게 놔뒀다고 칩시다.

 

그럼 멍이든 걸 본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아까 말했듯, 본인이 주장하는 상습구타가 무슨 꿀밤 때리기가 아니라 상처가 남는 가정폭력 수준의 것이었다면 말입니다.

 

트위터에서 떠드는 이들이 말하는 증인나도 폭로자에게 구타 사실을 들은 적이 있다류입니다. 그러니까 증인이 아닙니다. 그저 혼자서 소문을 내고 다닌 겁니다. 그조차도 연애한 시기가 아니라, 헤어지고 한참 후, 저를 매장할 계획을 세웠을 때부터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조사하지 않았고,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의구심을 느낀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 시기 저와 폭로자와 함께 교류하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이 진보정당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가해자 옹호‘2차가해니 하는 소리를 들을까봐 침묵했습니다. 벌써 끔찍하고 외설적인 소설로 사람을 매장한지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렇게 영원히 죄를 짓고 살 겁니까?


다섯째, 전후에 사귄 다른 여성들의 증언이 전무합니다.


만일 정말로 저 정도로 사람을 때린다면 저 사람은 여성의 습성에 따라 때리는 게 아닙니다. "네가 잘못해서 때렸다"는 핑계일 뿐이고, 자신을 주체하지 못해 때리는 걸 겁니다. 보통의 사례들을 보면 그렇지요? 그러니 당연히 전후에 연애를 한 사람들도 피해를 봤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증언은 없습니다. 익명으로도 없었습니다. 딱 한 명, 무슨 내가 사귈 때도 맞지는 않았지만 물건을 던지고 뭐 그랬단 얘기 밖에 없습니다. 제 입장에선 날조의 공범입니다. 사연이 길지만 여기서 다 쓰기는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실 하나를 지적합니다.

 

저는 사람을 그렇게 때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제게 폭력적인 성향이 없다고 보지 않습니다. 화가 났을 때 소리도 지르고 물건도 던지고 합니다. 하지만 상습구타는 그와는 전혀 다른 레벨의 행동입니다.

 

저는 평생 한 번도 제 주먹으로 남의 안면을 강타해본 일이 없습니다. 십대 학창시절에 싸움이 붙으면 몇 번 시도는 해봤겠습니다만, 된 적은 없습니다. 저는 체구가 작고 힘이 약한 남성이었고 시비가 붙으면 발로 차고 팔로 밀어내고 하는 식으로 대응했습니다.

 

폭로자의 폭행, 스토킹, 자살협박 상황에서 몇 번 투닥거릴 때 제가 한 육체적 대응도 그랬습니다. 계속 반성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이게 잘못이기나 한 지 의문입니다. 그런 일이 있을 때 상대방이 여자라고 남자는 위협을 느끼지 않을까요? 여기서 성별이 반전되면 여러분은 뭐라고 말합니까?

 

폭로자가 스토킹할 때 제 집 앞에서 진치고 기다리다 외출하려는 저를 향해 덤벼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힘으로 밀어내고 떠나고 싶었는데 아무리 밀어내도 일이초만 밀리는 게 고작이더군요. 밀려난 폭로자는 또다시 제게 덤벼들었으니까요. 제가 타격을 하지 않는 인간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이럴 수 있었겠습니까? 결국 십여분 실갱이를 하던 저는 피해자를 있는 힘껏 밀어내 이삼초를 번 후 그 순간 전력질주해서 달아났습니다.

 

그래요. 저는 당신들이 증언만으로 쉽게 폭행범으로 맹신하는 남자란 동물입니다. 하지만 당신들 생각과는 달리 남자는 타격없이 여자를 제압할 수 있는 무슨 마법의 동물이 아닙니다. 그래도 대체로 발은 더 빠르죠. 그래서 날래 도망갔습니다.


제가 잘못한 겁니까?

 

폭로 이후 저는 주로 제가 행한 몇 번의 폭력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고, 그 맥락을 설명하는 일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상대방의 폭력 문제를 매우 제한적으로 얘기했다가 나중엔 상세하게 기술했지만 큰 소용이 없습니다. 남녀의 폭력이 있을 때 사람들은 남성의 폭력은 범죄로 보고, 여성의 폭력을 기술하는 것에 대해선 때릴 만해서 때렸다는 거냐란 식으로 반응했습니다. 알리바이 대거나 변명하지 말라는 거죠.

 

그러면서 폭로자의 증언에 대해선 신뢰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상습구타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이 사건의 진실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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