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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서 보론–사태 초기 저의 인지에 대해


(이 글은 2015년 11월 20일에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습니다)


입장서를 통해 제가 생각하는 사건의 맥락과 과거 사과문을 그렇게 쓴 이유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짧게 쓰려고 애를 쓴 글이기 때문에 설명이 매우 충분하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그래서인지 계속해서 제가 ‘말을 바꿨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저의 막역한 지인인 김민하씨(이하 존칭생략)가 사태 초기 저에게 사건을 확인하였다 글을 썼기에 사람들은 지인들이 폭로자의 사실기술에 대한 저의 승복을 확인했다고 믿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때린 적은 있다”는 인정과 “폭로 내용대로 상습구타를 했다”는 인정 사이에 존재하는 어마어마한 간극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저는 솔직하게 전자와 같이 반응했는데 김민하는 결과적으로는 후자로 읽힐 글을 쓰게 된 것이지요.


직접 사건에 맞닥트린 저는 폭로자의 글 내용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기방어를 할 만한 정신상태가 아니었습니다. 폭로 당일엔 지인들의 전화를 받고 포털사이트 다음에 접속하여 제 이름을 검색하고 올라오는 트윗의 막대한 양에 망연자실하고 있었을 뿐이지요. 뒤에서도 말씀드리게 되겠지만 폭로문이 올라오자마자 읽지도 못했고, 사과하기 직전에 읽었으며, 트윗들은 상당히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제대로 검색해서 보았습니다.


김민하와의 대화는 문자가 아닌 카카오톡에서 오갔습니다. 김민하는 스스로 글을 썼기 때문에 저를 방어하기 위해선 이름을 가릴 수가 없습니다. 대신 글의 내용은 꼭 필요한 부분만 발췌합니다.



6월 19일 금 


김민하 20:27

XXX를 팼어?


본인 20:29

사귀는 동안 때렸던 적이 두 번 정도 있지... 저기서 말하는 강도 수준은 아니고... 


2011년. 근데 지금은 뭐라고 묘사하는지 보지도 못하겠다..


김민하 20:32

해명은 빠를수록 좋아


본인 20:33

무시할 도리도 없는데 해명을 해도 난리지 않겠냐 이거참...


오늘 저녁에 쓸 기분은 안 되고...


김민하 20:39

뭐... 사실을 인정하고 그 내용은 이러저러한 것이고 2차가해의 우려가 있는 부분은 말할 수 없고 반성하고 여성적 감수성을 더 키우고 학습하겠다 그런 정도는 해야되지 않겠어


오늘 저녁은 아니더라도... (중략)


본인 20:40

뭐 그렇겠지




이 대화를 보면 제 기억은 시간을 지나면서 돌아오고 있습니다. 사건의 시기는 김민하에게 말한 2011년이 아니라 몇 시간 후 다른 지인에게 말한 2010년이 맞습니다. 또 저는 이 시점에선 김민하의 질문에 제가 때린 적이 있다는 사실만 답변하고 있지, 얼마나 맞았는지를 답변해야 한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세 건의 특출난 상황을 제외하더라도, 평소에 제가 맞은 적도 사뭇 많다는 기억은 후에 다른 지인과의 대화를 통해 돌아왔습니다. 한 마디로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김민하 등 지인들은 공통적으로 어쨌든 제가 때린 것이 사실이니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또 이 대화엔 ‘2차가해’란 말이 등장합니다. 두 사람 모두 운동사회의 문제해결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폭로자의 글 내용의 핵심을 파악하고 그 부분은 부인해야 한다는 사고는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당황해서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었습니다. 해명문역시 이런 심리상태에서 나왔습니다.


다음 대화 상황은 제가 첫 번째 해명문을 쓰기 전인데, 저는 당시 심지어 아직도 첫 번째 폭로문을 읽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6월 20일 토


김민하 11:50

X이 쓴 글 봤어?


본인 12:54

뭔가 썼더라. 그것까진 아직 신경쓸 여력이 없음...

나 있는 단톡방에서 어제 저녁 퇴장...




이 상황은 제가 들어가 있던 단톡방에서 여성 지인들이 나가기 시작하여 패닉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입니다. 이어지는 대화입니다.



김민하 13:10

어제도 말했지만 사실관계가 크게 틀린 게 아니면 빨리 인정하고 사과하는게 낫다 그냥 피한다고 될 일은 아니니까


본인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오늘 안엔 쓸 거임. 근데 사실관계는 좀 틀린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 대화 당시 저는 아직 글을 읽지 못했고 트윗 몇 개와 지인과의 전화통화 정도의 인지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사실관계는 좀 틀린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정도로 완곡하게 얘기합니다. 저는 이 대화 이후 오후에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혀 폭로자의 글을 읽고 사과 및 해명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저는 주변 지인들의 권유에 의해 글을 차마 쓰지 못할 심리상태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폭로자의 글 내용의 핵심을 제대로 숙지하지도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상황에서도 상습구타에 대해 시인한 적은 없습니다.


소개하는 마지막 대화상황은 첫 번째 사과 및 해명문 이후 폭로자가 두 번째로 글을 쓴 상황입니다. 폭로자는 두 번째 글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제가 상습폭행을 하고 심지어 날마다 때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본인 17:46

이건 허위야;;!


김민하 17:48

X의 두 번째 글?


본인 17:48 

ㅇㅇ;;;;


김민하 17:48

내용을 보지는 못했는데...


본인 17:49

너무 하잖아...

내가 매일 때렸대;;;


김민하 17:49

뭐라고 썼는지 봐야겠군


본인 17:50

난 챙겨 보지는 차마 못했고 사람들에게 얘기를 들음...



이 대화에서도 저는 폭로자의 두 번째 글을 스스로 읽지는 못하고 지인들에게 그 내용을 전해들은 채 격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사태 초기 제 상태가 그랬습니다. 첫 번째 글, 두 번째 글, 그리고 트위터 내용까지 다 검색해서 볼 수 있게 된 건 사태 이후 거의 한 달여가 지나서였습니다. 그 과정의 감상에 대해선 생략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저는 사태 초기 폭로자의 주장을 시인하다가 말을 뒤집은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차라리 제 말을 믿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게 좀 더 합리적인 일일 것입니다. 이상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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