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점2: 폭로자는 한윤형씨의 상습구타에 의해 상처를 입었나

폭로자의 주장은 어째서 거짓인가

이 블로그를 개시하면서 쓴 글(링크)에서도 적었듯 사법기관은 진실규명의 문제에 대해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폭로자의 주장의 모순이나 아귀가 안 맞는 부분, 맥락상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정리해서 올릴 생각입니다. 사건 직후엔 ‘2차가해’를 우려해서, 고소 이후엔 수사와 재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서 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제 주장만으로 진실규명이 이루어질 수는 없겠습니다만, 폭로자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는 심증을 지녔던 분들에게 다른 참조점이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 폭로글을 ‘폭로문1’, 두 번째 폭로글을 ‘폭로문2’라고 표기합니다. 그 외 트위터나 간담회 자료 등은 따로 출처를 표기합니다. 

규명해야 할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폭로자의 주장: 한윤형씨는 연애기간 중 상당기간 동안(2009년~2011년) 자신을 일방적으로 상습구타했다. 

본인의 주장: 폭로자와 연애기간 중 상호간에 신체적 문제를 발생시킨 적이 있다. 나의 물리력 행사는 상대방의 기물을 동반한 폭행, 스토킹 및 주거침입, 기물파손과 자해협박, 선제폭행 등의 납득할 수 없는 행위 뒤에 몇 번 발생했다. 또 데이트폭력의 범주를 넓게 봤을 때 소리를 지르거나 핸드폰을 길바닥에 던진다는 식의 위협적인 행동을 한 바 있다. 여기에 대해도 잘못은 있지만 폭로자가 말하는 ‘매일 때렸다’는 식의 일방적인 상습구타는 사실무근이다. 심지어 연애관계 전체로 확장해서 봤을 때엔 내 쪽이 데이트폭력의 피해자에 해당했다. 상습구타를 당한 것도 오히려 내 쪽이었다.  

제 주장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저는 잘못을 저지른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폭로자와 언론, 대중, 운동세력은 폭로자의 잘못된 주장이 진실이라는 전제 하에 저를 비난했습니다. 그러면 어느 쪽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를 서로의 진술을 다각도로 분석하면서 비교해봅시다. 누군가는 해야 했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입니다. 

의문점2: 폭로자는 한윤형씨의 상습구타에 의해 상처를 입었나 

이 질문에 대한 답도 폭로자의 주장만 본다면 명쾌해 보입니다. 

“저와 한윤형씨는 언쟁을 시작했고, 짧은 언쟁 끝에 한윤형씨는 저를 한윤형씨 자취방 행거에 밀친 뒤 제 몸을 발로 여러 차례 가격했습니다. 한윤형씨로 인해 처음 멍이 들었던 것도 그 때였습니다”(폭로문1)

이것은 폭로자의 주장으로는 첫 구타의 상황입니다. ‘처음 멍이 들었던 것도 그때’라고 했으니 이후 상습구타 상황도 대개 멍이 드는 정도로 끝났다는 것이 폭로자의 주장인 듯합니다. 주장에 의하면 자취방 행거에 밀친 뒤 몸을 발로 여러 차례 가격했다니 멍이 들만도 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폭로자와 연애할 동안의 제 생활공간에 존재했던 행거는 두 개입니다. 여동생과 함께 투룸에서 거주했던 시절(2008~2010)엔 1단행거를 썼고, 폭로자와 원룸에서 거주했던 시절(2011)에는 2단행거를 썼습니다. 2단행거는 천장에 고정해놓은 것인지라 사람을 그리로 밀쳤다면 행거가 무너졌을 것입니다. 물론 폭로자의 기술은 2009년의 상황이라 하니 1단행거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행거에 대한 서술은 계속해서 나오는데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폭로자는 특히 야구를 볼 때는 매일 맞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멍이 들었던 것일까요? 

   

(...) 한윤형씨는 거의 매일 야구 경기를 시청했고, 거의 매일 술을 마셨고, 거의 매일 저를 때렸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다음 날, 제가 한윤형씨에게 "어제 네가 나를 때렸다"고 말하면 한윤형씨는 "기억을 멋대로 재구성하지 마라"고 했습니다. 해명서를 보고서야 한윤형씨의 시점에서는 제가 한윤형씨를 말린 일이 한윤형씨의 "영역"을 "침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폭로문2)

폭로자는 위와 같이 말합니다. 제가 구타를 부인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멍이 들었다면 부인하는 제게 그 멍을 보여주면 되는 문제가 아니었을까요? 

이것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닙니다. 상습적인 구타가 있었고 일상적인 상처가 있었는데도 저의 폭행을 고발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주변 사람에게 멍자국 등을 숨기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을 텐데 폭로자의 글에는 그러한 요소가 없습니다. 마치 그런 부분을 고민한 적이 없는 사람처럼 글을 적었습니다. 제 입장에서야 간단하게 설명됩니다. 실제로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없으니, 그런 고민을 한 적도 없는 것이죠. 그게 글에 반영된 겁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을 헤아려본다면 상습구타를 당했을 경우 그런 고민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2008년 여름에서 2010년에 해당하는 시기엔 폭로자는 자기 가족의 집과 저와 여동생이 거주하는 집을 교대로 오갔습니다. 적어도 2009년부터 폭행이 시작되었고 멍자국이 있었다면 가족들에게 그걸 숨기기 위한 행동을 했어야 합니다. 혹은 가족들이 멍자국에 대해 물어봤을 때 얼버무렸다는 기억이 있어야 합니다.

폭로자는 연애기간 대부분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고 자기 부모님 혹은 제게 빌붙어 살았습니다. 어렸으니까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2010년 하반기부터는 부모님에게서 벗어나 거의 완전히 제게 빌붙게 되었습니다. 잠깐 경제활동을 하게 된 것이 2010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당시 진보신당(저와 폭로자는 그 당의 당원이었습니다) 후보 선본에 일을 나간 것이었습니다. 한 곳에 나가다가 짤렸고 다른 곳으로 옮겨서 출근했습니다. 만 한달 이상을 두 곳에 출근했고 폭로자의 주장에 따른다면 이미 저의 상습구타가 시작됐을 시기입니다만 폭로자의 상처에 대한 증언은 전무합니다.  

2011년에는 폭로자와 제가 원룸에서 살게 되었지만 폭로자의 외출은 자유로웠고 그 방을 드나든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 방을 드나든 개개인은 사건 이후 ‘내가 드나들지 않았던 시기에 맞았고 멍이 들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개개인들의 한정된 경험을 합산한다면, 폭로자가 상습구타로 멍자국이 몸에서 지워질 날이 없었던 시공간이 구성되지가 않습니다.  

또 하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폭로내용을 아무리 뒤져봐도 ‘병원’, ‘약국’, ‘의료’와 같은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병원’은 폭로자가 한윤형씨를 설득해서 정신과 진료를 받게 했다는 문맥에서만 등장합니다. 폭로자는 한윤형씨의 정신과진료가 상급구타 때문이었으며 한윤형씨가 상습구타를 인지하고 사과했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 저는 그가 자유기고가로서의 경제적 궁핍에 기인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을 알았고 그것이 저를 때리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에 병원에 가기 싫다고 하는 그를 달래고 달래 그의 자취방 근처에 있던 신경정신과에 보내기도 했습니다.(폭로문1)

(...) 저는 견디다 못해 직접 가까운 신경정신과를 찾아 예약하고 한윤형씨에게 병원에 가 달라고 빌었습니다. 예, 빌었습니다. "오빠 제발 병원에 가자"고 몇 번이나 빌었던 것을 한윤형씨 역시 기억하실 것입니다. 두세 번 통원하다가 "너 때문에 돈이 없으니 병원에 다닐 수 없는데 왜 자꾸 병원에 가라고 하느냐"며 그만 두었던 것을 기억합니다.(폭로문2)

한윤형씨를 설득해서 정신과병원에 보낼 수 있었던 그 사람이, 왜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병원에는 갈 수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병원에 가지 못했다면 약국이라도 가야 했을 것입니다. 출입을 통제받지 않는데 병원이나 약국에 갈 수 없었다는 얘기는 이해되지 않습니다. 폭로자의 글에는 한윤형씨가 자신의 상처를 숨기기 위해 출입을 통제했다는 진술도, 자신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이나 약국에 갔다는 진술도 없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절 맞고 상처받고 살았다면 의료기관을 찾았거나 찾을 수 없었던 이유가 기억나야 하는 게 아닐까요? 저는 수사기관이 두 사람의 의료기록이라도 뒤져보길 바랐으나, 그런 수사는 없었습니다. 

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본다면 진실은 단순하고 명백합니다. 폭로자는 저 때문에 상처를 입은 적이 없었던 겁니다. 저는 폭로자를 멍이 들거나 피가 나게 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폭로자에게 맞아서 피를 흘린 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