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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만들자 여러 반응이 있는 가운데, 몇몇 분들은 위와 같은 비난을 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한씨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폭로자를 고소한 것 자체가 진실을 규명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저 폭로자를 억압하려는 생각이 아니었겠느냐는 추측이다.


대체 왜 이런 얘기까지 나오는지 알기 어렵다. 폭로자조차 한씨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자신을 고소했다고 트위터에 적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오해가 있으므로 자료를 통해서 해명하겠다. 나는 줄곧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죄 적용을 원했다. 그 증거는 문서로 남아있다. 고소장, 두 번의 경찰 진술조서, 그리고 두 번째 탄원서의 일부 내용을 붙인다. 참고로 이 자료들은 폭로자도 다 받을 수 있는 것이라, 거짓말을 할 수 없다. 판사는 한씨에게 기록 중에서 고소장과 자신의 진술조서, 그리고 기록목록만을 받아갈 수 있게 허락했으나, 피고소인에겐 모든 자료의 열람이 허락되는 것으로 안다.



1) 고소장


(...)

4. 범죄사실 


가. (...) 여러 차례 구타를 당하였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적은 글을 아래와 같이 게재하여 고소인의 명예를 훼손하였습니다. (...)


나. (...) 또다시 자신의 블로그에 사실과 허위사실을 교묘하게 섞어서 작성한 위 2 글을 게재한 것입니다. (...)


다. (...) 수많은 글을 게재함과 더불어 허위의 사실을 마치 진실인양 적시하여 (...)


6. 결론


(...) 아울러 본 고소장에 기재한 내용은 고소인이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모두 사실대로 작성하였으며, 만일 허위사실을 고소하였을 때에는 무고죄로 처벌받을 것임을 서약합니다. (...)


2) 진술조서 (1차)


(...) 문: 고소인이 제출한 증제2호 ‘한윤형의 데이트 폭력에 관하여’ 게시글에서 본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부분은 어떠한 부분인가요.


답: (...) 피고소인의 주장은 거짓입니다. (...) 피고소인의 주장은 거짓입니다. 


(...) 문: 해당 내용 중 어떠한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진술하는 것인가요 (...)


3) 진술조사 (2차)


(...) 문: 전회 진술내용 중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당한 부분이 있나요.


답: 저는 고소를 하면서 그리고 전회 진술시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거나 진술을 한 사실이 없습니다. 단지 어떤 부분이 사실이고 어떤 부분이 허위 인지를 체크하였던 것뿐입니다.


문: 그럼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부분은 없는 건가요.


답: 네. 없습니다. 


(...) 문: 진술인은 전회 진술과 오늘 진술을 보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부분이 진술인으로부터 피의자가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하였다는 건가요.


답: 네. 핵심은 (...) 


4) 탄원서 (2차)


(...) 2. 제가 소송을 한 이유는 소명을 위해서였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께서 고소인이 소송을 한 취지를 이해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애초부터 피고인을 강하게 처벌하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앞서 고백했듯 저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을뿐더러, 그런다고 해서 제 명예가 회복될 수 있는 일도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피고인의 자산이나 소득이 전무하다는 것이 쉽게 추정되었기 때문에, 민사소송을 통해 제 피해를 보전받을 수 있을 거란 희망도 전혀 가질 수 없었습니다.


저는 피고인의 일방적인 주장을 대중과 언론이 받아들이는 현실에서 사실관계의 소명을 바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소송을 하기 전엔 피고인과 저 자신이 소속되었던 노동당 당기위원회에 저 자신을 제소하거나, 여성단체에 문의를 하는 방법 역시 검토했습니다. 애초부터 피고인 처벌이 아닌 사실관계의 소명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법들론 피고인이 출석과 진술을 거부할 경우 해답을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법의 힘을 빌리게 되었습니다.


피고인의 주장은 과거 만 3년 이상 연애했던 제게 상습구타를 당했다는 것으로, 스스로 물증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가 그것에 대해 반박하는 물증을 제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피고인이 저와 연애하던 당시부터 상습구타에 관한 증언을 주변에 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 보았기 때문에, 피고인의 진술을 들었다는 주변인들을 조사해보면 진술의 비일관적인 부분이 드러날 수도 있겠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습니다.


연애를 했던 그 3년 동안 재수학원(2009년의 몇 달), 지방선거 선본(2010년의 몇 달)을 오가고 노동당 대의원(2011년)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부모님집과 제 집을 자유로이 오가고 친구들과 교류도 많았던 피의자가 그 긴 기간 동안 상습구타당한 정황을 누구에게도 포착당하지 않았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중략)


저는 제가 겪은 고통과 이 사건이 보도된 사회적 파장을 보고 오판하여, 검경이 이 건을 마치 TV뉴스에서 보는 뇌물수수 건처럼 엄정하게 다뤄줄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서로의 어긋난 진술을 확인하는 것에 그침으로써, 여러 사람에게 민폐를 끼친 꼴이 되었습니다. 이 상황 역시 저의 부족함 탓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3. 밝히지 못한 사실관계는 그대로 남겨주시어, 향후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 소송의 취지를 생각하시어 한 가지의 부탁만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소송과 재판의 결과는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임을 입증한 것’이 아니라 ‘허위임을 밝혀내지 못한 상태에서 사실에 해당한 것만 다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진술이 어긋났고 가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게 되었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공판에서 재판장님이 피고인의 무죄주장에 대해 ‘서로 주장하는 사실관계가 많이 다르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고 무척 기뻤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법의 언어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란 결론이 나올 경우 공권력이 조사결과 피고인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했다고 착각할 소지가 너무나 크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재판의 상황이 가닥이 잡힌 이후 피고인은 저에 대한 폭로를 시작했던 그 트위터 계정에서 자신의 재판 진행 상황을 제 이름을 적시하지 않고 간략히 적음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그러한 착각을 하도록 유도했습니다(자료 첨부). 그 트윗 내용을 보고 다른 사람들은 이미 제가 소송을 걸었지만 피고인의 주장이 진실임이 입증되었다는 식으로 반응하고 있습니다(자료 첨부). 폭로 당시 150여건의 기사 보도가 나오는 것을 본 제 입장으로서는, 판결문을 개략적으로 요약한 기사가 날 경우 혹시라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무척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





위에 적었다시피 이 건은 폭로자가 만들어낸 거짓말조차 아니다.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누군가를 비난하겠다고 떠들다보면 이렇게 아무 말이나 만들어낼 수 있구나 하는 감상이 들 뿐이다.


돌이켜보면 형사소송에 대해 후회가 된다. 최초 상담한 변호사가 ‘허위사실’로 결론이 날 수 있음을 자신했고 그래서 사건을 맡기게 되었다. 이후 사건 진행 과정에서 만난 다른 변호사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형사적으로 볼 때는 처벌은 되겠으나 사실적시로 가기가 쉬운’ 사건이었다고 판단된다. 검사 출신 변호사들, 성희롱이나 폭로 사건을 많이 맡아본 변호사들의 의견이 그랬다. 


처음부터 그것을 알았다면 소송을 하지 않았거나 민사소송을 먼저 했을 수도 있다. 민사소송의 소명의 방식은 좀 다르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애초에 폭로자 처벌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 사람을 조사받게 하여 최대한 말을 이끌어내어 사실관계 소명을 의도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검경의 입장에선 나에게 절박한 그 부분이 전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경찰의 2차 진술조서에서 이미 경찰로부터 “이 사건 허위로 가기는 힘들 것 같은데 우리가 처벌의지는 있고 처벌을 바란다면 사실적시로 가게 될 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다. 당시 변호사에게 문의했더니 검찰 조사 단계에서 의견서를 내어 뒤집어 보자는 말을 들었다. 검찰도 조사를 할 테니 그때 다시 고민을 해보자고 하였다. 


하지만 검찰은 폭로자만 조사한 이후 나를 조사하지 않은 채 사실적시 명예훼손 벌금 100만원 구약식기소를 했다. 검찰이 그렇게 기소를 할 경우 나는 제도적으로 어찌 할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 검찰이 기소를 한 다음부터는 취하조차 내 권한이 아니었다. 


다만 그래도 폭로자가 정식재판을 청구해주는 바람에 판사에게라도 탄원서를 낼 기회가 주어졌고 억울함을 호소할 기회를 얻어 다소 마음이 풀렸다. 내가 그저 엄한 처벌을 바란 거였다면 벌금 100만원이 선고유예로 전환된 정식재판에 약이 올랐을 것이다(1차 진술조서 말미엔 “처벌을 원하며 합의할 의사는 없습니다”란 구절도 있다. 하지만 이는 내 소송이 폭로자를 압박하거나 돈 뜯어내려고 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한 서술이다. 당시 내가 원하는 처벌은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죄’ 처벌이었음을 생각해보자). 


전혀 그렇지 않다. 탄원서에 쓴 그대로다. 물론 탄원서엔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만일 그게 수사당시 내 태도와 현저하게 유리된 ‘언플’로 보였다면 판사가 곱게 안 봤을 것이다. 


이와 별개로 수사기관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적용’ 판단이 폭로자의 진술을 사실로 입증한 거라는 세간의 편견에 대해선 아래 기록목록을 캡쳐파일로 인증한다(자료 열람을 요청한 적이 있으며 위에 쓴 자료를 다 실제로 가지고 있다는 인증이기도 하다). 




이 기록에서 도대체 무엇을 수사했는지를 한 번 보라. 뭔가 되게 많아 보이지만 결국, 


의견서 / 고소장 / 수사지휘서 / 진술조서 / 출석요구서(피의자) / 출석요구서(피의자) / 통신자료제공요청 / 촉탁서(문XX) / 회답서(문XX) / 수사보고(고소인 한윤형 제출 자료 첨부) / 수사보고(피의자 문XX의 사건 이송 요청) / 수사결과보고 / 수사지휘건의 / 수사지휘서(검찰) / 사건처리결과통지_피해자 / 범죄경력등조회회보서(문XX) 


왼편에 이건 뭐냐면, ‘피의자’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백방으로 찾아보다가 겨우 찾았는데, ‘피의자’가 계속 출석을 회피하다가 자기네 동네로 사건을 옮겨달라고 했다는 기록일 뿐이다. 이때까지 진행된 건 내가 경찰에 가서 1차진술을 한 것 뿐이다.


의견서(간이) / 수사지휘서 / 피의자신문조서 / 소견서 / 영수증 / 페이스북에 고소인이 올린 글 / 수사결과보고 / 수사지휘건의 / 기록목록(이송,건의용) / 수사지휘서(검찰) / 진술조서(제2회) / 피의자신문조서(제2회) / 진술서 / 수사보고(검사지휘내용) / 수사지휘건의 / 기록목록(이송,건의용) / 수사지휘[검찰개정안] / 범죄경력등조회회보서(문XX)


결국 이 과정에 있었던 건 내가 2차진술한 것, 폭로자(이 문건에선 피의자)가 두 번 나가서 진술한 것, 그리고 딱 한 명 증인(내가 폭로자와 헤어진 이후에 만났던 전 여자친구 - 대체 그 사람이 뭘 알 수 있다고 증언을 했는지 모르겠지만)의 진술서 뿐이다. 


이제 내가 이 사안을 어떻게 기술했는지를 <타인에게 드러난 사실들을 요약정리합니다>(링크)에서 다시 살펴보자.


7. 여성 A는 상습구타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남성 B는 그 말이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만일 여성 A가 소송을 제기했다면 자기 주장이 사실임을 스스로 근거를 들어 입증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 A는 몇 년이 지난 시점에서 딱히 증거랄 게 없다는 사실을 폭로문과 노동당 간담회 등에서 스스로 밝힌 바 있다(여성 A가 경찰조사에서 내세운 유일한 증인은 황당하게도 여성 A와 남성 B의 연애가 끝난 이후 여성 A와 알게 된, 남성 B의 이후 연애상대 중 하나인 여성 C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일이기 때문에 남성 B 역시 ‘상습구타’가 허위임을 증거로 입증할 근거가 없다. 결국 남성 B가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경찰이 다루는 건 ‘그 폭로가 범죄냐 아니냐’이지 폭로의 진실여부는 아니다.


8. 그래서 경찰은 남성 B가 일부 폭행 사실을 이미 인정하였으며, ‘상습구타’가 허위임을 입증할 방법은 없다고 판단,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송치한다. 그런데도 여성 A의 지인들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사건이 넘어갔다는 이유로 자신의 주장이 사법기관에서 사실임을 인정받았다고 트위터에서 주장한다. 트위터 사람들은 그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검경으로부터 자신의 진술이 사실임을 입증받았다는 여성 A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자신이 자기 주장을 부인한 남성 B의 글을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걸면 되는 일이다. 소송거는 쪽에서 상대방 주장이 ‘허위사실’을 입증할 방도가 없는 건 쌍방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 수사가 ‘사실 인증’이라고 우길 거면 제발 폭로자에게 고소를 권유하시라. 그리고 제발 우기지 말자. 아무 말이나 하지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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